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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신형철 산문) ‘건축학을 잘 모르면서도 글짓기는 집 짓기와 유사한 것이라 믿고 있다. 지면(紙面)이 곧 지면(地面)이어서, 나는 거기에 집을 짓는다. 건축을 위한 공정 혹은 준칙은 다음과 같다. 인식을 생산해낼 것. 있을 만하고 또 있어야만 하는 건물이 지어져야 한다. 정확한 문장을 찾을 것, 건축에 적합한 자재를 찾듯이, 문장은 쓰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다. 공학적으로 배치할 것. 필요한 단락의 개수를 계산하고 각 단락에 들어가야 할 내용을 배분한다. 이 셋을 떠받치고 아우르는 더 중요한 원칙은 좋은 글을 얻고 싶다면 이쪽에서도 가치 있는 것을 줘야 한다는 것. 글쓰기에 시간을 주는 것. 여기 묶은 글들은 내 8년 동안의 생명 중 일부를 주고 바꾼 것들이다. 그러니까 이것들을 쓰면서 나는 죽어왔다. 그러나 이 글들.. 2024. 1. 16.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최재천의 동물과 인간 이야기) 오래전 읽었지만 가볍게 또 읽어도 좋은 책이다. 저자는 ‘알면 사랑한다.’는 믿음이 있다고 한다. 서로 잘 모르기 때문에 미워하고 시기한다고. 아무리 나쁜 사람도 왜 그런 일을 저질러야 만 했는지를 알고 나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들 심성이다. 동물들을 통해 나를 비춰보고, 다른 사람의 행태를 비춰보는 것은 좋은 공부이다. 여기서는 동물의 세계를 들여다보는데 초점을 맞추어보려 한다. 1. 동물도 남의 자식 입양한다 - 다른 암컷의 알을 품는 타조 타조사회에서는 서열이 높은 암컷이 다른 암컷들에게 자신의 둥지에 알을 낳게 한 다음 혼자 그 많은 알을 품고 보호한다. 또 새끼들이 태어난 후 그들을 데리고 다니다 다른 엄마를 만나면 서로 다퉈 승리한 암컷이 양쪽 새끼들을 모조리 데리고 간다. 2. 왜 연.. 2024. 1. 15.
결핍의 힘( 최준영 ) 거리의 인문학자라 불리는 최준영 작가의 ‘결핍의 힘’이라는 책 제목과 글쓴이의 프롤로그가 와닿았다. ‘저의 삶은 한마디로 결핍의 삶입니다. 그러나 결핍에 지지 않았습니다. 되레 결핍의 힘으로 살아냈습니다. 더러는 타인의 결핍도 들여다보며 어루만지려 노력했습니다. 모쪼록 이 책이 누군가의 결핍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가 되면 좋겠습니다. ’ 나도, 읽는 이도 결핍으로부터 위로받기를 소망하며 몇 부분 옮겨 적어 본다. 1. 즐거운 상상이 즐거운 일상을 만든다. 나의 즐거운 상상이 또 다른 누군가를 즐겁게 해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우울증을 14일 만에 극복하려거든, 한 사람을 정해서 매일 그 사람을 어떻게 기쁘게 할 것이지 생각해 보라고 한다. 사른 사람을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2024. 1. 13.
최진기의 교실 밖 인문학(최진기, 서선연) 제1장 생각의 탄생 1. 무지를 깨닫는 방법-소크라테스의 산파술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무지를 자각하라.’는 것이다. 참된 진리에 도달하려면 우선 무지를 깨닫고, 그 동안의 편견과 오류에서 벗어나야 한다. -소크라테스의 산파술: 사람들에게 직접 지혜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스스로 지혜를 얻도록 도왔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진리를 낳지는 못하지만, 다른 사람이 진리를 낳는 것을 도울 수 있다.’ 산파술은 서양 교육에 깊은 영향을 미쳤으며 학생들에게 주입식으로 암기하는 대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교수법이 발달한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통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절대적 진리는 있다고 믿었다. 인간은 이성으로 사유하는 존재이므로 절대적인 진리를 찾을 수 있다고 .. 2024. 1. 12.
생의 이면 2 (낮익은 결말) 생의 이면 2 (생의 이면 1에 이어서 적음) 1 ‘우리가 우리의 불행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생각만큼 교묘한 위안은 없다.’ 그 구절은 화살처럼 날아와서 내 가슴에 박혔다. 보르헤스가 그 순간의 내 심정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박부길 씨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그것도 매우 독창적이고 현저하게 남다른 동기에 의해 선택했다고 주장함으로써 교묘하게 위안을 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에게는 위안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위로하지 않는다. 그를 위할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그 자신이 잘 안다. 그래서 박부길은 스스로를 위로하고자 한다. 그런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목사가 되기로 작정한 동기가 순전히 그 여자에 대한 사랑 때문이라는 그의 주장을 달리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2024. 1. 11.
생의 이면 1(이승우 소설) 이승우 작가의 ‘식물들의 사생활’을 읽은 이후 나를 사로잡은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 읽어보았다. 많은 작품 중에서 ‘생의 이면’을 읽은 후 줄거리 요약이나 단편적인 감상평이 아니라 작가의 세계가 느껴지도록 원문의 문장을 그대로 적으며 작가에게 다가가 보고 싶었다. 연필을 들고 필사를 하고 싶지만 한 문장씩 타이핑하는 것으로 작품에 대한 경외를 표하고자 한다. 한 권의 소설을 부분적으로 발췌하여 옮겨 써서 비약이 심할 수 있다. 언제라도 원본을 읽도록 권한다. 1 청탁을 해온 편집자에게 이미 밝힌 바대로, 나는 이 글의 필자로 적합하지 않다, 나더러 박부길 씨를 이야기하라니……. 솔직히 나는 많이 망설였다. 이유는 명확하다. 나는 그를 잘 모른다. 잘 모르는 사람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은 온당한.. 2024. 1. 10.
아프니까 청춘이다 (김난도)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었다. 벌써 유행이 지나버린 듯한 책이지만 책이란 유행이 없으니 청춘의 마음으로 읽어보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청춘들에게 앞서간 이가 주는 길잡이 같은 글이 마음에 쏙쏙 와닿았다. 내게 와닿는 말을 적었는데 너무 양이 많다. 놓치고 싶지 않은 글귀들을 옮겨 본다. 인생에 너무 늦었거나, 혹은 너무 이른 나이는 없다. 1. 그대의 열망을 따라가라(거창고 직업선택의 십계명) -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 모든 조건이 갖춰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 앞 다투어 모여드는 곳에는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 장.. 2024. 1. 8.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이성복 시집) 문학과지성 시인선 13 이성복 시집 문학과 지성 시인선 13번째 시집으로 이성복 시인의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 시집을 읽었다. 여러 책들을 통해 이성복 시인의 시가 소개된 글이 많았다. 소개말에 ‘시인은 개인적 삶을 통해서 얻은 고통스러운 진단을 우리의 보편적인 삶의 양식으로 확대하면서 우리를 끈질기게 그리고 원초적으로 괴롭히는 병든 상태와 치열한 싸움을 벌여왔다.’고 적었다. 사실 시인의 시를 읽으며 어려워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되도록 내 느낌대로 받아들이고 싶었지만 시평 등도 참고하며 시인의 마음에 다가가 보려 애썼다. 몇 편의 시를 옮겨 적어 본다. 그해 겨울이 지나고 여름이 시작되어도 봄은 오지 않았다 복숭아나무는 채 꽃 피기 전에 아주 작은 열매를 맺고 불.. 2024. 1. 6.
남파랑길 14, 15코스(통영황리사거리, 통영충무도서관, 신거제대교) 고성 통영 구간 1. 남파랑길 14코스, 15-1코스 - 통영황리사거리공알등산임도손덕마을통영충무도서관신거제대교 ( 실거리 21.51km, 7시간 30분 소요 ) - 통영 광도면 황리사거리에서 용남면 장문리 충무도서관까지 이어지는 구간으로 대부분 통영의 해안길을 따라 걷는 구간임 - 구간 내에 내죽도수변공원, 죽림소공원, 죽림수산시장 등이 입지 하고 있음 - 초보자도 쉽게 걸을 수 있으며 산길과 바닷길을 모두 걸을 수 있는 평이한 코스 - 통영과 거제가 연결되는 구간으로 신 거제대교에서 바라보는 도시와 해안경관이 특히 아름다운 코스 - 출발지 부분에 있는 산길과 이후의 해안가로 이어진 마을을 따라 다양한 길을 걸을 수 있는 코스 - 남파랑길 통영 구간의 마지막 코스로, 종점 부근에서 아름다운 해안을 감상할 수 있음 2. .. 2024. 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