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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싫은 책을 꼭 읽어야 할까? 여느 대한민국 부모들처럼 나도 아이들이 자라는 시기에 책을 많이 읽도록 권했다. 직장 생활을 하니 아이들의 시간 관리가 어려웠고,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책을 골라주기도 힘들었다. 도서관에서 내가 골라온 책은 환영받지 못하기 일쑤였다. 퇴근 후에는 나도 녹초가 되어 아이들 공부나 책 읽기를 봐주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쓰는 물건은 길어야 1-2년이니 책은 도서관에서 빌리고 필요한 물건은 중고를 쓰자는 것이 나의 방식이었다. 책을 많이 읽도록 하고 싶은데 그것이 쉽지 않았고, 밀린 숙제를 못한 것 같은 불안함이 나를 따라다녔다. 그러다가 일주일마다 몇 권씩 책을 배달해 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재미와 배움을 저울질하며 도서관에서 내가 고른 책들도 잘 읽지 않는데 무작위로 배달되는 책을 잘.. 2023. 10. 31.
하루 동안 굶으며 배고픔 체험하기 딸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 방학 선택 과제가 있었다. 여러 활동 예시 중에서 3가지 정도를 골라서 방학 동안 하는 것이었다. 방학 숙제로 어떤 것을 선택할지 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딸이 고른 것은 ‘하루 동안 음식 안 먹고 배고픔 체험하기’와 또 다른 것을 골랐다. “하루 동안 굶기는 어려울 텐데.” “밥 먹기 싫을 때도 있는데 괜찮아요. 쉬울 것 같은데요.” 라며 자신 있게 과제를 선택했다. 과제를 하는 날이 되자 딸은 약속대로 아침을 먹지 않았다. 점심때가 되자 배가 슬슬 고픈지 먹어도 되냐고 물었다. “네가 선택한 과제이니 힘들어도 끝까지 해보렴. 배가 많이 고프면 물을 마셔봐.” 딸은 세상을 다 잃은 표정으로 힘없이 방으로 들어갔고, 나도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딸은 안 먹는데 다른 가족들만 점심.. 2023. 10. 31.
6000원으로 누리는 행복 세상에서 누리는 즐거움은 돈의 크기와 비례할까? 정확하게 비례하진 않더라도 돈에 따라 즐거움의 크기는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자판기 커피와 호텔에서 마시는 커피는 확실히 다른 점이 있다. 커피잔을 들었을 때 소음이 들리는지 음악이 들리는지, 눈에 보이는 풍경은 어떠한지, 커피맛과 향기, 심지어 소파의 푹신함, 이 모든 것이 커피의 맛을 만들고 가격을 결정한다. 6000원은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을까? 김밥 한 두 줄, 배추 한 포기... 돈에 날개가 달린 듯 한 달 월급이 사라지는 세월을 오래 살아서인지 나 자신을 위해 돈을 쓸 때는 손이 오그라들었다. 그나마 오래된 모임에서 끌려가 듯 다녀온 해외여행이 나를 위한 간 큰 투자였다. 나를 위해 쓰는 것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아끼며 살았다. 아이들.. 2023.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