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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며/교육. 육아. 창의성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최재천의 동물과 인간 이야기)

by 프리정아 2024. 1. 15.

 

오래전 읽었지만 가볍게 또 읽어도 좋은 책이다.

저자는 알면 사랑한다.’는 믿음이 있다고 한다. 서로 잘 모르기 때문에 미워하고 시기한다고. 아무리 나쁜 사람도 왜 그런 일을 저질러야 만 했는지를 알고 나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들 심성이다. 동물들을 통해 나를 비춰보고, 다른 사람의 행태를 비춰보는 것은 좋은 공부이다. 여기서는 동물의 세계를 들여다보는데 초점을 맞추어보려 한다.

 

1. 동물도 남의 자식 입양한다 - 다른 암컷의 알을 품는 타조

   타조사회에서는 서열이 높은 암컷이 다른 암컷들에게 자신의 둥지에 알을 낳게 한 다음 혼자 그 많은 알을 품고 보호한다. 또 새끼들이 태어난 후 그들을 데리고 다니다 다른 엄마를 만나면 서로 다퉈 승리한 암컷이 양쪽 새끼들을 모조리 데리고 간다.

 

2. 왜 연상의 여인인가 - 배우자 선택은 암컷의 몫

   영국의 박새와 북미 붉은점찌르레기의 암컷은 평범한 흑갈색을 띠는 반면 수컷은 몸 전체가 윤기 흐르는 까만 깃털로 뒤덮여 있고 날개 한복판에는 붉은 반점이 있다. 이들은 주로 늪지대에 사는데 이른 봄 수컷들이 먼저 날아와 제각기 자기 터를 차지한 후 노래를 부르며 암컷들을 자기 영역으로 유혹한다.

   이 때 암컷들은 수컷 자체의 매력보다는 그가 가진 재산 정도를 기준으로 수컷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새끼들을 기를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말이다.

 

3. 개미군단의 만리장성 쌓기 - 올바른 판단이면 작은 힘도 커진다

   일개미들은 여왕이 분비하는 여왕물질이라 부르는 화학성분의 영향을 받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알을 생산하는 번식 업무는 전적으로 여왕이 맡고 일개미들은 평생 헌신적으로 일만 한다. 여왕물질은 일개미들의 뇌에 작용하여 여자로 태어났으되 여자구실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유일하게 알을 낳을 수 있는 여왕에게 충성을 다하게 된다.

   여왕이 직접 작업현장에 나와 진두지휘하지는 않는다. 일개미들이 큰 먹이를 지붕으로 운반하는 과정을 관찰해 보면 처음에는 조금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곧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지시하는 작업반장이 있는 것도 아닌데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한다.

   미국남서부의 사막에는 꿀단지개미라 불리는 개미가 산다. 진딧물 같은 곤충들을 보호해주고 대가로 받은 단물을 저장할 마땅한 단지가 없는 이들이 개발해 낸 아이디어는 바로 살아 있는 개미를 단지로 이용하는 것이다. 몇몇 선발된 일개미들이 굴 천장에 매달리면 그들의 뱃속에 꿀을 담아놓기 때문에 꿀단지개미라 부른다.

   꿀단지개미들은 종종 이웃나라와 전쟁을 한다. 대개 들판에 모여 힘겨루기를 하는 정도인데, 서로 누구의 병력이 더 막강한지를 가늠하는 것이다. 서로 적의 병사들과 마주 보며 마치 자기 몸이 더 큰 것처럼 키 재기를 한다. 자기보다 아주 작은 놈을 만나면 물어 죽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목적은 상대 군대의 머릿수를 세는 일이다. 개미가 사람들처럼 숫자를 세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둘씩 짝을 짓고 났는데도 자신의 군대가 남으면 그만큼 이웃 나라보다 병력이 더 막강하다고 파악하는 것이다. 그들은 힘 겨루고 있는 개미들을 확인하고 다니다 자기 쪽 병사와 마주 보고 있지 않은 상대편 병사들을 자주 만나게 되면 얼른 후방으로 달려가 전방에 더 많은 병사들을 투입하라고 알린다.

 

4. 꿀벌 사회의 민주주의 - 정찰벌의 유세, 일벌의 선택

   꿀벌은 춤으로 말한다. 꿀벌이 추는 춤에는 꿀이 있는 곳까지의 거리와 방향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다. 꿀벌의 사회에는 매일 아침 꿀을 찾아 나서는 정찰벌들이 있다 좋은 꿀을 발견한 정찰벌들은 집에 돌아와 동료들에게 자기가 따온 꿀을 맛보게 하곤 곧바로 춤을 추기 시작한다.

   꿀을 따온 곳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경우, 정찰벌은 원형춤을 춘다. 시계 방향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번갈아 조그만 원을 그리며 춤을 춘다. 정찰벌이 추는 춤을 따라 몇 바퀴 따라 돌던 다른 일벌들은 벌집을 떠나 사방팔방으로 날며 꿀 있는 곳을 찾는다. 원형춤은 단순히 집 근처에 좋은 먹이가 있음을 알리는 자극신호에 불과한 듯싶다. 구태여 정확한 거리와 방향을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 아카시아 냄새가 나는 꿀물을 나눠주며 원형춤을 추면 바로 뒷산의 아카시아 숲에 가야 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먹이가 집에서 50미터 이상 떨어져 있을 경우, 정찰벌이 추는 춤은 숫자 8을 옆으로 뉘어놓은 것과 같은 모습의 꼬리춤으로 변한다. 몸을 부르르 떨며 직선을 짧은 거리를 움직인 다음 원을 그리며 제자리로 돌아와 다시 몸을 떨며 직선으로 짧은 거리를 움직인 다음 원을 그리며 제자리로 돌아와 다시 몸을 떨며 직선 춤을 추고, 이번엔 반대 방향으로 원을 그리며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때 직선 춤의 방향과 수직 방향과의 각도는 태양과 꿀이 있는 곳 사이의 각도를 의미한다.

   정찰 벌들은 춤을 추는 속도로 거리를 나타낸다. 천천히 추는 춤은 그만큼 한참 날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벌들의 춤언어가 얼마나 정확하고 객관적인지 인간인 우리도 그들의 춤을 읽고 정찰벌이 꿀을 발견한 장소를 찾아갈 수 있다.

 

5. 흡혈박쥐의 헌혈 - 박쥐는 기회주의자가 아니다

   자연계에서 헌혈의 은혜를 베풀 줄 아는 거의 유일한 동물은 흡혈박쥐들이다. 대부분의 박쥐들이 과일이나 곤충을 먹고 사는 반면, 흡혈박쥐들은 실제로 열대지방에 사는 큰 짐승들의 피를 주식으로 하여 살아간다. 잠을 자고 있는 동물의 목 부위를 발톱으로 긁어 상처를 낸 후 그곳에서 스며 나오는 피를 혀로 핥아먹는다.

   박쥐는 신진대사가 유난히 활발한 동물이다. 너무 오래 손에 쥐고 있으면 에너지 소모가 심하여 까딱하면 죽는다. 흡혈박쥐는 하루 이틀 피 식사를 못하면 기진맥진하여 죽고 만다. 밤이면 피를 빨 수 있는 큰 동물들이 언제나 주변에 있는 것이 아닌지라 상당수의 박쥐들이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귀가한다. 이들 중 피를 배불리 먹고 돌아온 박쥐들이 배고픈 동료들에게 피를 나눠주는 헌혈 풍습이 생겼다.

   동굴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서로 피를 게워내고 받아먹는 흡혈박쥐의 행동을 관찰하면 그들은 대체로 자기 가족이나 천척끼리 피를 주고받는다. 그렇지만 꼭 친척이 아니더라도 가까이 매달려 있는 이웃에게 종종 피를 나눠주기도 한다. 이렇게 피를 받아 먹은 박쥐는 그 고마움을 기억하고 훗날 은혜를 갚을 줄 알기 때문에 이 진기한 풍습이 유지되는 것이다.

 

6. 고래들의 따뜻한 동료애 - 다친 동료 돌보는 고래

   인간에 버금가는 지능을 지닌 고래들은 거동이 불편한 동료를 결코 나 몰라라 하지 않는다. 다친 동료를 여러 고래들이 둘러싸고 거의 들어 나르듯 하는 모습이 여러 번 관찰되었다. 그물에 걸린 동료를 구출하기 위해 그물을 물어뜯는가 하면 다친 동료와 고래잡이 배 사이에 과감히 뛰어들어 사냥을 방해하기도 한다.

   고래는 물속에 살지만 허파로 숨을 쉬는 젖먹이동물이다. 부상당해 움직이지 못하면 물 위로 올라와 숨을 쉴 수 없게 되므로 쉽사리 목숨을 잃는다. 그런 친구를 혼자 등에 업고 그가 충분히 기력을 되찾을 때까지 떠받치고 있는 고래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고래들은 직접적으로 육체적인 도움을 주지 않더라도 무언가로 괴로워하는 친구 곁에 그냥 오랫동안 있기도 한다.

 

7. 물 위를 달리는 예수도마뱀

   물 위를 자유자재로 걸어다니는 동물로 대표적인 것이 소금쟁이다. 소금쟁이들은 워낙 가벼운 데다 곤충이라 다리가 여섯씩이나 있어 무게를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물의 표면장력만으로도 거뜬히 떠 있을 수 있다. 그들은 가만히 떠 있는 게 아니라 수면을 흔들어 서로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소금쟁이 암컷들은 수컷들이 만들어 보내는 동심원의 파문에 몸을 맡기며 사랑에 취한다.

   중남미 열대에는 일명 예수도마뱀이라 불리는 도마뱀이 산다. 예수도마뱀이라 부르는 이유도 바로 물 위를 걸을 수 있는 그들의 신기 때문이다. 예수도마뱀은 한쪽 다리가 미처 빠지기 전에 다른 쪽 다리를 뻗는 식으로 물을 건너는 것이다. 가끔은 다리가 반쯤 물 속에 잠기기도 하지만 멈추지 않고 전속력으로 물 위를 달린다.

 

8. 동물도 죽음을 애도한다

   코끼리들은 다른 동물들의 뼈에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코끼리의 뼈를 발견할 때면 긴 코로 뼈 냄새를 맡으며, 뼈를 이리저리 굴려보기도 하고, 때로는 오랫동안 들고 다니기도 한다. 야생동물 사진작가들이 코끼리의 모습을 찍으려 할 때 그들이 다니는 길목에 코끼리 뼈 하나를 놓아둔다고 한다. 코끼리들은 늘 신선한 물과 풀을 찾아 이동하며 살지만, 그렇게 이동하는 중에도 자기 어머니의 두개골이 놓여 있는 곳을 잊지 않고 들러 한참 동안 그 뼈를 굴리며 시간을 보낸다.

 

9. 가시고기 아빠의 사랑 - 홀아비의 지극 정성 자식 키우기

   가시고기 수컷들은 겨우내 자기들끼리만 무리를 지어 몰려다닌다. 그러다 봄이 되어 해가 길어지고 몸속에 호르몬이 솟구치면 눈 가장자리가 푸르뎅뎅해지며 아랫배가 빨갛게 물들기 시작한다. 수컷들은 비로소 자기 영역을 확보하려 다투기 시작한다.

   일단 자기 터를 확보한 수컷들은 물 속에 있는 작은 나뭇가지나 수초들을 모아 좁은 터널 모양의 둥지를 만든다. 그리곤 특유의 지그재그 스타일의 춤을 추며 암컷을 유혹하기 시작한다.

   불룩하게 튀어나온 붉은 배를 출렁이며 아양을 떠는 수컷이 마음에 들면 암컷은 그 수컷을 따라 그가 만들어놓은 사랑의 터널을 찾는다. 뾰족한 주둥이로 연신 터널의 입구를 가리키는 수컷의 정성에 암컷은 터널 속으로 몸을 들이밀고 이내 알을 쏟는다. 암컷이 알을 낳기가 무섭게 수컷은 암컷을 쫓아내곤 그 위에 정액을 뿌린다. 그리고 또다른 암컷을 찾아 나선다. 이렇게 여러 부인을 차례로 맞아들여 충분히 알들이 쌓이면 그때부터 혼자서 자식을 키운다.

   가시고기 아빠는 산소가 모자라지 않도록 터널 입구에서 줄기차게 지느러미를 퍼덕인다. 그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경계의 눈을 늦추지 않는다. 물고기 알은 물속에 사는 동물들의 별식이다. 그러다 보니 물고기 세계에서는 엄마들은 죄다 떠나고 아빠들이 집을 지키며 혼자 자식을 돌본다.

   해마는 짝짓기가 끝나면 암컷이 수정란들을 수컷의 배주머니에 넣어주곤 사라져 버린다. 아빠가 홀로 남아 자식을 기르는 동물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배가 불러오는 경험까지 하는 수컷을 그리 흔하지 않다.

 

10. 동물세계의 출세의 지름길 - 몸집과 연줄이 좌우한다

   동물세계의 출세는 오로지 번식 성공도로 가늠한다. 새끼를 낳지 못하면 결코 성공했다 할 수 없다.

   동물 세계에서 수컷들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것도 모두 암컷을 위함이다. 많은 종의 동물에서는 수컷들 간의 경쟁에서 승자가 되어야만 암컷과 교미할 기회를 얻는다. 북방코끼리바다표범 수컷들의 싸움은 실로 처절하다. 날카로운 이빨에 무참하게 찢긴 얼굴에서 목으로 줄곧 굵은 핏줄기가 흐르건만 한참을 싸우고도 멈출 줄 모른다. 승자에게는 많으면 100마리도 넘는 암컷들을 거느릴 수 있는 부귀가 돌아오지만 패자는 변방에 내몰려 삶을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컷들 간의 싸움에서 승패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우선 몸의 크기를 들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몸집이 큰 수컷이 작은 수컷을 능가한다. 어떤 동물들에서는 나이가 많을수록 사회적 지위도 높다. 대개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자연히 몸집도 커지기 때문에 꼭 나이가 많아 지위가 높아졌다기보다는 그만큼 힘이 세졌기 때문에 싸움에서 이기 확률이 커졌을지도 모른다.

 

11. 야생동물을 잡아먹는 어리석음 - 안전한 먹을거리가 건강에도 좋다

   야생동물의 몸은 온갖 기생충으로 들끓는다. 알래스카 바닷가 벼랑에 서식하는 갈매기와 바다오리 100마리를 조사했는데 기생충을 갖고 있지 않은 새는 한 마리도 없었다. 몸에 이, 벼룩, 진드기 등이 더덕더덕 붙어 있으며 장 속에는 회충을 비롯한 온갖 벌레들이 득시글거리고 작은 혈관 속에까지도 원생생물들로 들끓고 있었다. 3천 마리가 넘는 진드기들에게 밤낮없이 피를 빨리는 새도 있었다. 인간이 기르는 농작물이나 가축들은 이 같은 해로운 요소들을 제거한 안전한 먹을거리들이다.

 

12. 동물사회의 열린 경쟁 - 친형제를 죽이는 백로와 하이애나

   백로들은 둥지 안에서부터 피비린내 나는 경쟁을 시작한다. 같은 어미가 낳은 친형제들끼리 서로 둥지 밖으로 밀어 떨어뜨리거나 어미에게 먹이를 받아먹지 못하게 하여 끝내 죽게 만든다. 어미는 이 끔찍한 사건들을 그냥 바라보기만 한다. 사실 둥지를 떠나 살아남지 못할 자식은 일찌감치 사라지는 것이 어미에게도 훨씬 경제적일 것이다.

   하이에나도 대개 두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이들 형제도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날카로운 송곳니로 서로 물어 줄일 기회만 노린다. 결국 그리 오래지 않아 둘 중 하나가 형제를 물어 죽이고 어미는 한 마리의 새끼만 거두면 된다. 언뜻 부질없는 낭비처럼 생각되지만 경쟁은 그들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갓난아기 때부터 겪어야 하는 삶의 역정이다.

 

13. 거미들의 지극한 자식 사랑 - 자신의 몸을 먹이는 염낭거미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부모로 염낭거미를 따를 자가 있으랴. 염낭거미 암컷은 번식기가 되면 나뭇잎을 말아 작은 두루주머니를 만들고 그 속에 들어앉아 알을 낳는다. 새끼들을 온갖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밀폐된 공간을 만들었지만 그들을 먹일 일이 큰 일이다. 그래서 염낭거미 어미는 자신의 몸을 자식들에게 먹인다.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끼들은 어미의 살을 파먹으며 성장한다.

 

14. 갈매기의 이혼 - 새끼를 잘못 키운 쌍은 갈라선다

   갈매기는 동물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고 있는 동물로 꼽힌다. 한번 혼약을 맺으면 평생을 같이하는 정절도 그렇지만 집안일에서도 남녀의 차별이 없다. 갈매기 부부의 일과를 관찰해 보면 남편과 아내가 바깥일이건 집안일이건 거의 정확하게 반반씩 나누어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갈매기들이 이혼율이 의외로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종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행해진 한 연구에 의하면 네 쌍 중 한 쌍이 일 년을 넘기기가 무섭게 갈라선다.

어떤 이유든 새끼를 제대로 키워내지 못한 부부는 갈라서고 만다.

   지난해에 무난히 새끼들을 키워낸 갈매기 부부는 이듬해에도 서로를 찾아 또 함께 살림을 차린다. 갈매기들은 겨울 동안 남쪽 따뜻한 곳으로 이동했다가 번식기가 되어 돌아오면 우선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목놓아 부르짖는다. 남쪽에서는 부부가 함께 지내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번식을 해오던 곳에 도착해야 비로소 암수가 서로를 찾는다.

 

15. 동물 속에 인간이 보인다

   도토리 열매에 알을 낳은 후 그 도토리들이 매달려 있는 가지를 끊어내는 도토리거위벌레, 손가락으로 슬며시 문지르기만 해도 터져 죽건만 투구를 갖춰 입은 병정진딧물을 만들어 외침에 대비하는 특별한 진딧물들, 썩어가는 나무둥치 속에서 엄마 아빠의 보호 아래 단란한 가족생활을 꾸리는 갑옷바퀴들, 수컷들이 한껏 세우고 뽐내는 등지느러미에 매료되어 어쩔 줄 모르는 암컷 밀어(密魚)들의 밀어(密語).

   자연계의 주인은 곤충들, 그중에서 가장 성공한 곤충인 개미는 한 마리씩 놓고 보면 평균 5밀리그램 밖에 안 되는 미물이지만 수적으로 워낙 우세한 동물이라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개미들의 전체 중량은 전 인류의 체중과 맞먹는다.

 

16. 기생충이 세상을 지배한다 - 생물들의 행동을 조정하는 기생충

   달팽이는 건조한 곳에 오래 있지 못한다. 몸속의 수분이 지나치게 많이 증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다달팽이 중 어떤 종은 기생충에 감염되면 매일같이 자꾸 바위 위로 기어오른다. 쉽사리 갈매기들의 멋잇감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궁극적으로 갈매기의 몸속에 들어가야 번식을 마칠 수 있는 기생충이 달팽이를 이용한 것이다.

   기생충에게 당하는 개미들도 있다. 평소에는 풀숲 사이로 기어 다니던 개미가 기생충의 공격을 받으면 자꾸만 풀잎 끝으로 기어올라 풀을 뜯는 양이나 소의 장으로 빨려 들어간다. 역시 초식동물의 장 속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인 기생충의 농간에 놀아난 것이다.

   평소에는 둥근 거미줄을 치던 거미의 몸에 맵시벌이 알을 낳아 애벌레가 자라기 시작하면 거미는 홀연 섬세한 거미그물 만들기를 중단하고 강한 바람에도 끄떡없는 X자 모양의 구조를 만든다, 결국 맵시벌 애벌레는 거미를 죽이고 그 든든한 버팀 구조 한복판에 매달려 번데기를 튼다. 실험적으로 거미의 몸에서 맵시벌 애벌레를 제거하면 한 이틀 밤은 계속 애벌레가 원하는 X자형 구조를 만들지만 이내 정상적인 둥근 그물구조를 만들기 시작한다.

 

17. 사랑의 시인 귀뚜라미

   귀뚜라미는 윗날개를 서로 비벼 사랑의 시를 읊는다. 한쪽 날개의 표면에 마치 빨래판 또는 손톱을 다듬을 때 쓰는 줄과 같이 오돌토돌한 부분을 다른 날개의 가장자리로 문지르며 음악을 연주한다.

   여치와 베짱이들은 날개의 가장자리를 뒷다리로 긁으며 소리를 낸다. 뒷다리 안쪽에 작은 돌기들이 줄지어 나 있는데 그걸 긁어 소리를 만든다. 돌기의 크기와 수는 물론 그들이 어떻게 배열되어 있느냐에 따라 음정과 박자가 달라진다.

   개구리, 맹꽁이, 두꺼비 들은 소리주머니 가득 공기를 들이마셨다가 서서히 내뿜으며 소리를 낸다.

 

18. 개미는 세습하지 않는다 - 혼인으로 왕국 떠나는 여왕개미

   중남미 열대에서 나뭇잎을 끊어다 버섯을 경작하는 잎꾼개미의 경우 혼인 비행을 떠난 어린 여왕개미들에게 씨버섯을 조금씩 지참금처럼 쥐어주기만 할 뿐 다시 집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없다. 혼자 자립할 수 있도록 키워줄 뿐 평생 뒤를 돌보는 무모한 일은 하지 않는다.

   점박이하이에나의 세계에서는 가장 지위가 높은 암컷의 딸이 통치권을 물려받는다.

   말들의 사회에서도 으뜸암말의 자식들이 큰일이 없는 한 계속 권력을 유지한다.

 

19. 나뭇잎 엮는 베짜기개미 애벌레

   베짜기개미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호주의 열대지방 나무 꼭대기에 이파리로 엮은 집에서 산다. 나무와 나무로 연결된 공중에 떠 있는 삼차원 공간에 방을 만들어 여왕이 기거하고 아이들 방도 만든다.

   베짜기개미는 자기 애벌레들을 마치 베틀 북처럼 사용하여 살 집을 짓는다. 우선 여러 마리의 일개미들이 협동하여 가까이 있는 나뭇잎들을 끌어당긴 다음, 몸집이 큰 일개미들이 애벌레들을 입에 물고 두 나뭇잎 가장자리로 고개를 번갈아 움직인다. 일개미의 큰 턱에 허리가 묶여 움직이지 못하는 애벌레들은 끈끈한 명주실을 분비하여 나뭇잎들을 엮어 어른의 주먹 크기에서 머리통 크기만 한 방들을 만들다.

   애벌레들이 분비하는 명주실은 원래 그들이 번데기가 되었을 때 들어앉을 고치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물질이다. 따라서 작업장에 차출된 애벌레들은 결국 자신의 몸을 감쌀 명주실이 모자라 고치를 틀 수 없게 된다. 어떤 애벌레들이 선발되는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착취당하는 입장에서는 생명에 위협을 받는 엄청난 일이다.

 

20. 뻐꾸기의 시간 감각 - 남의 둥지에 알 낳은 얌체

   뻐꾸기는 숙주새를 늘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에 재빨리 날아들어 알을 하나 낳고 사라진다. 뻐꾸기의 알은 대체로 숙주새의 알들보다 먼저 부화한다. 뻐꾸기 새끼는 아직 눈도 뜨지 않은 채 본능적으로 숙주새의 알들을 등으로 떠밀어 둥지 밖으로 떨어뜨린다. 뻐꾸기 새끼의 등 한복판에는 알 하나가 꼭 들어맞을 만큼의 홈이 파여 있다. 그래서 알 밑으로 기어들어간 후 벌떡 몸을 일으켜 숙주새의 알을 떨어뜨린다.

뻐꾸기 새끼가 거의 자립할 때가 되면 어미가 찾으러 온다. 뻐꾸기는 자식 키우는 일을 남에게 떠맡기는 얌체들이지만 시간만큼은 철저하게 잘 지킨다.

 

21. 정자매매와 체외수정

   도롱뇽은 아주 점잖게 간접 섹스를 한다. 암수가 만나 서로 마음에 들면 수컷이 몇 발짝 앞서 가고 그 뒤를 암컷이 다소곳이 따른다. 그러다 수컷이 자기 정자가 든 주머니를 땅 위에 슬며시 내려놓는다. 뒤를 따르던 암컷의 몸이 그 위를 스치듯 지나가다 조용히 생식기를 열어 정자주머니를 빨아들인다. 그들의 섹스는 이렇게 아무 일도 없는 듯 잔잔하게 벌어진다.

   빈대의 수컷은 주삿바늘처럼 길고 가는 생식기를 지니고 있는데 그것으로 암컷의 배를 찔러 곧바로 난자에 자신의 정자를 주입한다. 성관계는 생략하고 곧바로 번식을 위한 직접적인 과정에 돌입할 뿐이다.

   흙이나 낙엽 속에 사는 작은 동물들 중에는 벼룩처럼 톡톡 튀는 톡토기가 있다. 그들 중 몇몇 종에서는 수컷들이 정자를 주머니에 넣은 후 숲 속 여기저기 긴 대롱들을 세우고 그 위에 얹어놓고 사라진다. 얼마 후 암컷들이 나타나 정자주머니들을 수확하면 그걸로 톡토기의 성관계는 끝이 난다.

 

   이 책을 읽으니 동물들의 살아가는 모습도 인간이 사는 것처럼 갖가지다. 알면 사랑한다고 하니 동물들에 대해서도 더 알고, 사람들도 알아가며 사랑하도록 애써보아야겠다. 동물의 모습과 연관된 인간에 대한 저자의 깊이 있는 통찰을 원서를 통해 확인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