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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며/교육. 육아. 창의성

결핍의 힘( 최준영 )

by 프리정아 2024. 1. 13.

 

거리의 인문학자라 불리는 최준영 작가의 결핍의 힘이라는 책 제목과 글쓴이의 프롤로그가 와닿았다.

저의 삶은 한마디로 결핍의 삶입니다. 그러나 결핍에 지지 않았습니다. 되레 결핍의 힘으로 살아냈습니다. 더러는 타인의 결핍도 들여다보며 어루만지려 노력했습니다. 모쪼록 이 책이 누군가의 결핍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가 되면 좋겠습니다. ’

나도, 읽는 이도 결핍으로부터 위로받기를 소망하며 몇 부분 옮겨 적어 본다.

 

1. 즐거운 상상이 즐거운 일상을 만든다. 나의 즐거운 상상이 또 다른 누군가를 즐겁게 해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우울증을 14일 만에 극복하려거든, 한 사람을 정해서 매일 그 사람을 어떻게 기쁘게 할 것이지 생각해 보라고 한다. 사른 사람을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까를 생각하는 것이 곧 사랑의 시작이고, 성장의 시작이며, 뜻하지 않게 자기 안의 우울증을 극복할 비결이다. 심리학자 아들러의 말이다.

 

2. 결핍을 대하는 태도에서 삶이 갈린다. 어떤 사람은 결핍으로 인해 좌절하지만 어떤 사람은 결핍을 경쟁력으로 승화시킨다. 사생아로 태어나 부모 재산의 상속 권한도 없이 자라났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에게 결핍은 되레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덕무 역시 서자라는 결핍을 극복한 사람이다.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 또한 그런 경우였다.

 

3.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과 나누는 대화여야 한다. 그러한 글쓰기의 전범이 몽테뉴였다. 몽테뉴의 글쓰기는 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었다.

 

4. 무릇 세상사는 살리는 일이다. 우리네 삶도 그 무엇을 살리는 일이다. 혹은 아이를, 혹은 어르신을, 혹은 동물을, 혹은 각자 옳다고 믿는 어떤 가치를 살리고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산다. 사랑은 누군가를 살리는 일에서부터 싹트는 감정이며, 거기에 형식과 내용을 얹어 문자로 표현하는 일이 문학이다. 그림은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 즉 영혼을 살리는 일에서 출발한 예술이고, 음악은 자연의 소리를 되살려 인간의 감정에 연결하려는 의도에 기원한다.

 

5. 학교는 다름을 인정하며 배려와 존중을 배우는 곳이어야 한다. 좀 허술한 정신을 가진 친구도 있고, 똑똑하고 잘난 친구도 함께 있어야 한다. 처지와 상황과 환경이 서로 다른 친구들이 한데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 멀쩡한 아이들이 자사고, 과학고, 외고에 진학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패배자로 낙인찍혀서는 안 된다. 1등과 꼴찌가 짝꿍이 되고, 선후배가 교복을 나누고, 부모의 경제력과 상관없이 같은 식판에 같은 음식을 받아 껄껄거리며 함께 밥을 먹어야 한다.

학교는 불편을 배우는 곳이어야 한다. 안락과 편리 대신 불편을 겪으며 고통을 참아내는 법을 익히는 곳이어야 한다. 지식과 정보를 쌓는 곳이기만 하다면, 학교의 존재 의미는 없다. 편리함과 수월함을 좇고 말초적 욕구와 이기적 욕망에 이끌리는 삶을 살아선 안 된다는 것,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기본 덕목이 무엇인지를 깨우치게 해주는 곳이어야 한다.

학교는 독서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는 곳이어야 한다. 모든 과목에서 매 학기 읽어야 할 책과 읽으면 좋을 만한 책을 선정해 함께 토론하는 것으로 그 과목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6.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태어나 죽을 때까지 쉴 새 없이 선택을 하고 또 선택을 강요받으며 살아간다.

우리말에서 선택을 뜻하는 말은 뽑다고르다가 있는데, 둘은 엇비슷한 의미를 가졌을 것 같지만 실은 차이가 크다.

고르다는 여럿 중에서 특정한 것을 가려낸다는 뜻이다. ‘뽑다고르다의 뜻에 더해, 박혀 있거나 꽂혀 있는 것을 잡아당겨서 나오게 한다는 뜻을 보태야 한다. ‘고르다는 대체로 가치 있고 유용한 것을 선별해서 집어내는 행위인 반면, ‘뽑다는 방해가 되거나 불필요해진 것을 제거한다는 뜻이 강하다. 특히, ‘고르다는 그다음에 따라오는 과정이나 결과가 더욱 중요하다.

 

7. 예술가로 산다는 것, 특히 자신만의 문장을 갖는다는 건 과잉된 감정에 취해 비틀거리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인내하고 부단히 노력하는 일이다.

자신만의 문장을 갖고 싶은가? 그럼 서둘러 펜을 잡는 대신 책을 펼쳐라. 파노라마처럼 끝없이 물결치는 문장의 바다에 풍덩 빠져서 오래도록 유영하라. 그럼 서서히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의 문장을 갖는 일은 우선 누군가의 문장을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가능해지는 일이라는 것을.

 

8. 인공지능의 시대에 중요한 건 인간 자신이 얼마나 똑똑해지는가가 아니다. 인간의 지능에는 한계가 있으며 또한 인간의 가치는 지능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지능에 우선하는 인간의 능력은 바로 상상력이다. 기계는 계산하지만 인간은 상상한다. 인간은 예술을 향유하지만 기계는 일만 한다.

상상할 수 없다면 창조할 수 없다. 화가 폴 호건의 말이다.

인공지능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에서 저자 김재인은 결국 우리는 인공지능이 뺏을 수 없는 일,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을 해야만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창작활동이다. 창작활동의 요체가 바로 상상력이다. 창작이 학습의 핵심 활동으로 여겨지고, 각 개인이 창작자가 되어보고 메이커가 되어보는 경험이 최대한 많아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