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정아 글쓰기

식탁 영어 공부 해 봤니?

프리정아 2023. 12. 16. 04:40

  

    우리나라 자녀 교육의 최대 관심사는 영어공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영어공부를 위해 자녀를 유학 보내거나 어학연수를 보내는 부모님들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아이 둘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니 나도 마음이 바빠졌다. 다른 아이들은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우리 아이들은 아직도 출발선에 서 있는 느낌이 들었다. 영어공부를 어떻게 하면 투자 대비 최대의 효율을 얻을지 고민이 깊어졌다. 학습지도 엿보고, 테이프를 사서 들으며 공부도 해보았다. 비싼 학원비를 내고 영어학원에 가서 내 아이가 과연 몇 마디나 영어를 하고 돌아올까 하는데 생각이 미쳤다.

    아이의 말이 시작될 때도 수 없이 많이 듣고, 드디어 한 마디가 밖으로 나오면서 말이 시작된다. 아이들이 의미를 알고 많이 말하도록 하는 것이 영어를 잘하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영어로 말하는 것이 어색한 이전 세대 공부 방식이 아닌, 자연스럽게 영어가 튀어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고민 끝에 학원이 아닌 내가 직접 가르치자.’고 결론을 내렸다. 영어 전공도 아니지만 내가 가르쳐보고, 오류가 있으면 수정해 가면서 나도 함께 영어 공부를 하자는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엄청나게 비싼 영어학원비에 대한 나의 오기도 작동했다.

    하루에 한 개의 단어의 뜻을 익히고, 단어가 포함된 한 문장을 읽도록 계획을 세웠다. 하루에 한 단어와 한 문장을 읽고 그것을 매일 반복하는 것.

    우선 기본 단어를 선별하기 위해 ‘FIRST 영어입문사전(교학사)’을 구하였다. 날짜를 적은 후 단어와 뜻, 관련 문장을 한 줄에 적었다. 한 페이지를 완성하여 인쇄하니 한 달 정도의 분량이 적혔고, 앞뒤로 인쇄하여 완성했다. 역사적인 1, 2일, 3일차 배울 영어는 아래와 같았다.

 

  I study English two hours a day.                       하나의

  He is able to lift the rock.                          ~할 수 있는

  Cinderella is a story about a pretty girl     ~에 관하여 

 

    3학년, 5학년 두 살 터울 아이들과 식탁에 앉아 영어공부를 해보자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동안 자연스럽게 알파벳을 익히거나 영어노래를 듣고 영어테이프를 듣고 따라 하는 정도의 영어공부를 해왔다. 날마다 한 문장씩, 꾸준히 즐겁게 영어공부를 해보자고 약속했다. 먼저 낱말의 뜻을 익히고, 한 문장을 여러 번 읽었다.

둘째 날엔 그날의 새로운 낱말을 익히고 해당 문장을 여러 번 읽었다. 그리고 전날 공부한 문장을 복습하여 오늘 문장까지 읽는 방식이었다.

    저녁을 먹은 후 아이들이 식탁에 앉으면, 내가 낱말과 문장을 먼저 읽어주었다. 간단한 설명이 끝나면 나는 아이들의 영어를 들으면서 설거지를 했다. 처음에는 낱말 공부나 문장 읽기가 어색했지만 10번, 20번... 50번 읽다가 보니 이제는 아이들의 입에서 영어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마법을 경험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읽는 영어를 들으면 하루의 피곤이 사라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영어 공부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앞에 익숙한 문장을 건너뛰고 시작하는 부분을 아이들 의견에 따라 조정해 가며 읽었다. 읽는 순서도 둘이서 누가 먼저 읽을지 정해가며 우리의 식탁 영어는 계속되었다. 아이들 진도에 맞추어 배울 단어를 뽑고, 문장을 적는 나의 일도 계속되었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못 미칠 즈음이었다. 아이들 스스로도 영어 공부에 대한 효과는 느끼지만 반복되는 공부에 서로 지쳐가고 있었다. A에서 시작된 단어가 P 정도를 할 즈음 영어공부를 위한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영어공부 방향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은 학원을 가고 싶어 했다,  다른 학교 아이들도 오는 학원 이야기에 우리 아이들도 동참하고 싶었나 보다. 그리고 식탁 영어를 그만둔 후 아이들 영어공부에 대한 나의 직접 개입은 줄었다.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며 자기 공부는 자기가 하자며 더 이상 영어공부에 대해 간섭을 하지 않았다.

    직접 검증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의 공부로 자연스럽게 영어로 말할 수 있게 되어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상승시켜 준 것은 사실이다. 훗날 어린 사촌이 자랄 즈음 우리가 공부한 영어 책을 사촌에게 주어 공부하도록 하면 좋겠다는 딸의 이야기를 들었다. 자기는 그 공부가 아주 도움이 되었다고.

    아이들이 공부할 때 나도 같이 앉아서 읽었으면 내 입에서도 자연스럽게 영어가 튀어나올 텐데 설거지하고 반찬 준비한 것이 많이 아쉽다. 아이들과 더 많이 눈을 맞추고, 아이들이 읽는 영어발음을 칭찬하고 감탄했다면 지금 아이들은 또 다른 길을 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한편으론 내 경상도식 영어발음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덜 미친 점은 어쩌면 다행이란 생각도 함께.